[채원병가옥] 조선 후기 부농의 살림집을 엿보다
군산은 숱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다. 금강과 금만경이 서해로 이어져 대단원을 이루고, 기름진 들과 풍부한 자원의 바다, 고즈넉한 산들이 굽이굽이 어우러진 천혜의 비경을 이룬다.
또한 군산에 위치해 있는 새만금방조제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게다가 구부러지고 수풀이 우거져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여행길이라는 뜻의 군산 '구불길'은 도보여행하기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강과 바다가 만나는 군산은 평야와 나지막한 동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은 도보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그리고 옛 선조들의 살림집을 엿볼 수 있는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들도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에 한 곳이 조선 후기 전북의 주거문화를 엿볼 수 있는 채원병가옥이다.
군산에 남아 있는 고택은 대체로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지어진 주택이다.
군산 지역 고택 중에서 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은 전라북도 민속자료 제24호로 지정된 채원병가옥이 있다.
채원병 가옥은 조선 후기에 건립된 부농의 가옥으로 'ㅡ'자형 안채와 'ㄷ'자형의 사랑채가 안채를 감싸는 형태이다.
채원병가옥은 성산면사무소를 지나 고봉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채원병가옥 표지판을 만날 수 있다.
표지판을 따라가면 멋스러운 소나무와 한옥이 어우러진 고택을 만날 수 있는데, 입구에는 이곳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채원병가옥의 안채는 1860년 철종 때 지어졌다.
옆 한단 위에 자리잡은 사당은 1901년에 새로 지은 것이다.
조선 말기 이 지방 부농의 가옥으로 먼저 큰 사랑채와 안채, 사당을 짓고 나머지 건물들은 재산이나 가족들이 늘면서 증축되었다.
현재는 안채와 사랑채 사당만 남아 있다. 한옥과 조경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채원병가옥은 한옥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준다.
안마당으로 들어서면 높은 기단 위의 사랑채를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지형이 매우 비탈져 이중으로 기단을 쌓았으며 대문간을 포함해 'ㄷ'자형 사랑채가 있고 뒤에 'ㅡ'자형 안채가 자리하고 있으며 1단 높은 곳에 사당이 있다.
안채는 부엌, 큰방, 대청, 건너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면 7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이다.
특히 안방 뒤에는 칸을 막아 골방을 만들었는데, 이곳을 통해 부엌, 상부 다락에 오를 수 있다.
넓은 다락 공간은 이 집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사랑채는 원래 안채의 북향에 있었는데 구조와 형식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현재 위치로 옮겨 놓은 것이다.
안방과 대청은 앞쪽에 툇마루를 두어 연결하고 뒤쪽에는 고방을 두었다.
부엌과 안방 천장에는 다락을 만들어 이를 이용할 수 있으며 건넌방에도 다락이 있다.
그리고 각방 중 안방과 건넌방은 여닫이 이분합문으로 연결되고, 대청에는 사분합의 굽널띠살문을 달아 장식 효과를 살렸다.
후면에는 안방과 대청, 건넌방에 쪽마루를 두어 연결했다.
채원병가옥은 자연석과 소나무를 이용해 멋스러운 조경을 더해 놓아 한옥의 운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안마당에는 내외벽 대신 동백과 영산홍 등의 나무를 심은 차면화단으로 계획적인 조경수법을 사용한 것을 엿볼 수 있다.
철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동백과 영산홍이 꽃을 피워 자연과 집이 조화롭게 어울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안채 뒤에는 1단 높은 곳에 감실을 꾸미고 조상의 신위를 모신 사당이 있다.
사당은 상량문에 의거 1901년에 지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사당은 정면 3칸에 측면 3칸으로 큰 편으로 맞배지붕을 얹었다.
사당은 안채와 같은 북향이고, 처마는 홑처마인데, 전면에 두리기둥을 세운 것이 특징이다.
채원병가옥 누마루는 특히 전면으로 돌출시키고 주변에 조경을 꾸며 한옥의 멋을 한껏 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 마당과 주변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마루 기둥을 굳이 높이지 않아도 조망하는 시야를 가질 수 있으며, 누마루 동쪽에는 난간을 설치하였고 북쪽과 서쪽에는 들어열개문을 설치하여 개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채원병가옥은 고봉산의 지맥을 뒤로한 경사지를 축대로 쌓아 바르게 조성하고 안채와 사랑채를 나란히 배치 한 조선 후기에 지어진 이 지방 부농의 살림집이다.
이곳은 지세가 명당이기 때문에 풍수적 형국에 따라 실생활에 불리하지만 북향으로 집을 배치하였고, 자연석과 소나무 등으로 조경을 더해 운치가 가득하다.
지금은 넓게 빈터로 남아 있는 사랑채 앞마당에 바깥 사랑채를 비롯해 놀이청, 곳간채, 행랑채, 대문채 등 많은 부속채들이 자리하고 있다.
채원병가옥은 조선 후기 부농의 집답게 넓은 대지에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가 아주 멋스럽다.
채원병가옥은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군산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7번 버스 승차 후 아산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13분 거리이다.
주차장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주차를 하려면 고봉리 마을 입구나 채원병가옥 주변 길가에 주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