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축지마을] 화려한 도시 속 홀로 멈춘 시간
부산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빠른 발전으로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
그러나 부산에 단 한 곳, 마치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흐르고 있는 듯한 마을이 있다.
마을 이름은 매축지마을.
부산의 다른 동네와 달리 이곳 매축지마을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노후화된 마을이면서
한편으론 많은 사람들이 옛추억을 느끼고 싶을 때 찾고 있는 특별한 마을이기도 하다.
부산시 동구에 위치하고 있는 매축지마을에서 ‘매축지’란 사전적 의미로 바닷가나 강가 따위를 메워서 만든 땅을 말한다.
즉, 일제강점기때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드는 매립(매축)공사로 인해 탄생한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보통 옛모습을 간직한 동네들은 재개발을 통해 그 모습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찾아보기 힘든데,
이곳 매축지마을은 재개발이 아직 되지 않은 상태라서 여전히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말을 키우던 축사였던 매축지마을은 6.25 때 피란민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지금의 마을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마을은 오래되고 노후화된 건물들 사이사이 성인 한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좁은 골목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부산에 있는 이미 이름난 다른 관광지 마을들과 달리 이곳 매축지마을은 고요하고 적막할 만큼 조용하다.
매축지마을 뒤로는 높은 빌딩과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매축지마을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또 한편으론 이 조합 덕분에 마치 이곳 마을에 들어서면 옛 과거로 여행을 떠난 기분이 들게 만들어 준다.
몇발자국만 걸어나가면 빠르게 차들이 지나가는번화한현재의 도심을 만날 수 있고,
또 몇 발자국만 되돌아가면 시간이 멈춘 듯 과거로 돌아가는 재미난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전국에 옛 과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 몇 군데 되지가 않는다.
그중에서도 매축지마을은 꾸며진 과거 모습이 아닌 실제 그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영화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는 장소이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원빈 주연의 영화 <아저씨>와<마더>를 비롯해 <하류인생>, <친구> 등이 있다.
실제로 매축지 마을지도에는 이곳 마을에서 실제로 찍은 영화 촬영 장소를 표시해 둘 정도로 영화 촬영장소로 인기가 많다.
매축지마을은 삼무삼다(三無三多) 쉽게 말해 3가지는 있고 3가지는 없는 마을이다.
좁고 좁은 골목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로 인해 마당을 찾아볼 수 없고, 햇빛이 들어오지 못해 햇빛이 없으며 바람이 없다.
또 많은 것으로는 오래된 마을이기 때문에 노인이 많고,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곳곳에 빈 집들이 많으며
집집마다 화장실이 없던 시절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던 공동화장실을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예전 매축지마을에는 크고 작은 화재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큰 화재로 인해 집들이 소실되고 많은 인명피해도 났다고 한다.
그 후 마을에 사는 주민들에게 화재 및 위험을 알리기 위해 전봇대에 종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 종 역시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을 만큼 녹이 슬어 있다.
매축지마을은 원래 마구간의 역할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매축지 마구간의 모습을 비롯해
시간이 멈춘 골목, 통영칠기사 등 매축지마을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마을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다.
다행히 재개발 진행이 멈춰 지금의 매축지마을을 좀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언젠간 재개발이 진행됨으로써 지난 추억으로, 이 마을 역시 옛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화려한 도시 부산을 여행하며 잠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매축지마을에서 옛 감성과 옛 추억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매축지마을은 주차장이 따로 준비되어 있진 않아 가까운 공영주차장이나 민간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부산역 후문에서 일반 5-1번 버스를 타고 범일5동주민센터 정류장에 하차하면 매축지마을까지 도보로 3분이면 도착한다.
지하철로는 1호선 좌천역 4번 출구에서 도보 6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