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생각

[익산제석사지] 덩그러니 터만 남은 백제 왕실 사찰 이야기 

백제의 고도 익산에는 금마면과 왕궁면 일대를 중심으로 백제시대 대표 유적지로 꼽히는 미륵사지를 비롯해 왕궁리유적, 제석사지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에 위치한 제석사지는 미륵사지와 함께 익산의 대표적인 백제 절터로 일찍부터 주목 받은 곳이다. 

궁평마을 입구 쪽에 있는 제석사지는 백제 무왕이 수도를 왕궁평으로 옮기려고 지은 궁궐 근처에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을 주존 불상으로 모신 절이 있던 자리로 현재 남아 있는 탑이나 건축물 없이 절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보통 사찰은 깊은 산속에 있거나 민가와 뚝 떨어진 곳에 있지만 백제시대의 사찰은 대개 이렇게 평지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제석사지는 미륵사지에서 보듯 왕궁리 유적지의 옛 왕궁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평지 사찰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제석사지이다. 

왕궁리 유적과 직선거리로 약 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데 둘 사이엔 들밖에 없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두 유적이 훤히 다 보일 정도이다.

1998년 5월 12일 사적 제405호로 지정된 제석사지는 도로변에 위치해 있는 무왕 때 왕실 사찰로 백제의 익산천도와 백제사 연구에 귀중한 사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석사지는 백제시대 무왕 때 왕궁이었던 왕궁리사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무왕이 백제의 왕궁을 옮길 계획을 추진하면서 왕궁 부근에 창건한 사찰이다.

제석사지는 1960년대 한국 미술사 학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姑 황수영 선생이 충남 아산시에 있는 궁평리 오층석탑 해체공사 당시 

지역답사를 꾀하던 중 우연찮게 발견된 곳이라도 한다. 

백제 무왕 때에 익산천도의 사실을 밝혀줄 수 있는 왕궁평 유적과도 관련되어 있다.

1993년부터 1994년까지 발굴조사를 펼쳐 목탑터, 금강터, 강당터 등의 기단이 확인되었으며 제석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암막새 기와가 출토되었다. 

발굴조사 및 유적 정비과정에 수습된 석재들로 검게 그을린 흔적도 보이고 

천 년이 넘은 세월동안 아무렇지 않게 흩어져 있던 유물들을 이렇게나마 보존하고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한다. 

비록 터만 남아 있지만, 이곳은 몇 개 남지 않은 백제절터의 하나로 귀중한 자료이다.

제석사지의 ‘제석’은 불교의 천신 중 하나를 뜻한다.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 <기이편>에서는 고조선의 환인을 ‘제석이라 일컬었는데 

이러한 것으로 보아 제석사지는 백제 무왕 때 국조신앙의례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지어졌던 사찰임을 알 수 있다. 

사찰에 칠층목탑이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직사각형 구멍이 있는 심석초만 남아 있다.

제석사지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절터이지만, 익산이 백제의 수도였다는 백제 수도설에 힘을 실어주는 유적지이다. 

막힘없이 탁 트인 공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 백제 사찰의 초기 가람을 살 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절터 주변 곳곳에 오래돼 보이는 소나무가 심어져 있어 오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백제시대 왕실 사찰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제석사지를 방문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제석사지는 대중교통으로 버스 이용 시 익산고속버스터미널 근처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63-1, 63번 버스(여산고)(왕편경유)를 타고 궁평 정류장에 하차하면 도보 3분 거리이다. 

주차는 제석사지 입구에 마련된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